항암을 하면 왜 추위를 많이 탈까요? 여름에도 담요가 필요한 이유
항암치료를 처음 받으러 병원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한여름인데도 많은 환자분들이 개인 담요를 덮고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두꺼운 양말을 신고 계셨고, 어떤 분은 따뜻한 물을 마시며 치료를 받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병원 에어컨이 강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친정아버지께서 항암치료를 시작하신 뒤부터는 집에서도 에어컨을 거의 켜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더워서 선풍기를 틀고 있는데 아버지는 "춥다."고 말씀하시는 날이 많았습니다.
'항암을 하면 정말 추위를 더 많이 타게 되는 걸까?'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단순히 체질이 변한 것이 아니라 항암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의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항암치료 중 많은 환자들이 경험하는 추위와 냉감 과민증의 원인, 그리고 보호자가 알아두면 좋은 대처법까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항암치료 중 추위를 많이 느끼는 이유
항암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경 기능과 혈액 생성, 체온 조절 능력이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평소보다 추위를 심하게 느끼는 환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1. 말초신경이 차가운 자극에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장암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은 차가운 온도에 대한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항암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항암 유발 말초신경병증(CIPN) 또는 냉감 과민증(Cold Dysesthesia) 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에어컨 바람만 맞아도 손발이 시린 느낌
- 차가운 컵을 잡기 어려움
- 냉장고 문을 열 때 손끝이 저림
- 찬물을 마시면 목이 조이는 느낌
- 아이스크림이나 얼음 음료가 부담스러움
대부분 치료 직후부터 며칠간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며, 치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항암주사실 환경도 영향을 줍니다.
항암주사실은 약물 보관과 의료장비 운영을 위해 실내 온도를 비교적 낮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항암은 보통 3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감소하면서 체온도 쉽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담요를 준비해 두거나 환자들이 직접 개인 담요를 가져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3. 빈혈이 생기면 추위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항암치료는 골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골수는 적혈구를 만드는 곳인데 적혈구가 감소하면 빈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빈혈이 생기면 몸 전체로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서
- 쉽게 피곤해지고
- 어지럽고
- 손발이 차가워지고
- 추위를 더 많이 느끼는 증상
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암 전마다 혈액검사를 하는 이유도 이러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4. 체력과 근육량 감소도 원인입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식욕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열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몸에서 만들어지는 열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보다 추위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제가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면서 가장 먼저 챙기는 것도 작은 담요였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준비물이 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개인 담요 준비하기
- 따뜻한 양말 신기
- 얇은 겉옷 여러 겹 입기
- 미지근한 물 마시기
- 얼음물이나 차가운 음식은 증상이 심할 때 피하기
-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자리 조정하기
무조건 덥게 하는 것보다 환자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증상은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추위를 느끼는 것이 흔한 부작용일 수는 있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병원에 꼭 알려야 합니다.
- 38℃ 이상의 발열
- 심한 오한
- 숨이 차거나 심한 어지러움
- 손발 저림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감각 이상
특히 항암치료 중에는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춥다."고 넘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항암을 받으면 모든 사람이 추위를 많이 타나요?
아닙니다. 항암제 종류와 치료 방법,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옥살리플라틴을 사용하는 환자에게 냉감 과민증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2. 차가운 물을 마시면 안 되나요?
냉감 과민증이 있는 경우에는 차가운 물이나 얼음 음료가 목이나 입안에 불편감을 줄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을 때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3. 추위를 느끼면 전기장판이나 핫팩을 사용해도 될까요?
가벼운 보온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는 저온 화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너무 높은 온도로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 전에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4. 추위를 심하게 느끼는 것은 치료가 잘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아닙니다. 추위를 느끼는 것은 특정 항암제의 부작용이나 빈혈, 체온 조절 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치료 효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호자로서 느낀 점
항암주사실에서 담요를 꼭 안고 계신 환자분들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병원이 추워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돌보면서 항암치료 이후 몸이 느끼는 온도가 정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병원에 갈 때마다 담요와 따뜻한 양말, 미지근한 물을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항암치료 중 느끼는 추위는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몸이 치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미리 준비해 준다면 환자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국내외 암 치료 가이드와 의료 정보를 참고하여 작성했으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 방법은 다를 수 있으므로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질 경우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